나의 애독시(649) : 꽃기침 / 박후기


목련7.jpg





나의 애독시(649)

 

꽃기침 / 박후기

 

꽃이 필 때

목련은 몸살을 앓는다

기침할 때마다

가지 끝 입 부르튼 꽃봉오리

팍팍, 터진다

 

처음 당신을 만졌을 때

당신 살갗에 돋던 소름을

나는 기억한다

징그럽게 눈 뜨던

소름은 꽃이 되고

잎이 되어 다시 그늘이 되어

내 끓는 청춘의

이마를 짚어주곤 했다

 

떨림이 없었다면

꽃은 피지 못했을 것이다

떨림이 없었다면

사랑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떨림이 마음을 흔들지 못할 때

한 시절 서로 끌어안고 살던 꽃잎들

시든 사랑 앞에서

, 툭 나락으로 떨어진다

 

피고 지는 꽃들이

하얗게 몸살을 앓는 봄밤,

목련의 등에 살며시 귀를 대면

아픈 기침소리가 들려온다

 

 

목련은 너무 화사하게 피었다가 순식간에 허무하게 지는 꽃이지요. 피는 모습과 지는 모습이 너무나 극적인 꽃이 바로 목련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꽃나무 처지에서 보면 꽃이 핀다는 건 아픔을 동반하는 일일 겁니다. 수없이 많은 도전과 망설임 끝에 한 송이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게 어렵게 핀 꽃이 툭 툭떨어지니 그 허망함은 말해 무엇할까요. 그래서 시인은 목련의 등에 살며시 귀를 대면 / 아픈 기침소리가 들려온다라는 절창을 만들어냈나 봅니다. 얼마 전부터 여기저기 목련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좀 있으면, 아니 벌써 장렬하게 떨어지는 모습이 눈에 띄지만 그럼에도 목련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그렇습니다. 피어났으니 지는 날도 있어야지요. 다 봄날에 벌어지는 일인 걸 어찌하리오. ‘목련이란 제목의 많은 시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시 한 수()를 더 보탭니다. ()

 

 

목련 / 이현정


우윳빛 꽃망울에서는

젖 비린내가 나는 것 같다

 

어머니 가슴살을 더듬는 아가 손 같이

목련꽃 활짝 핀 허공에서도

순결한 뜻이 풍긴다

 

솜털 은밀한 고치 속에 기다림 마저

날이 밝기도 전에 환한 목련의 하루는

울긋불긋한 꽃동산 어디서나 압권이다

 

권위 있는 나무집에 태어나

기쁨에 하얀 분살이 올라도

목련꽃은 우러러보기에 알맞다

 

숱한 꽃 중에

다발로 묶이지 않고 스스로 떨어질 뿐인

목련꽃이 밤을 밝혀

 

하루해가 길어진 산책길엔

저녁 으스름에도 그리움이 서린다

 

여인은 모름지기

목련꽃 기품 아래 발돋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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