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645) : 봄의 눈썹 / 이정오


봄비2.jpg




나의 애독시(645)

 

봄의 눈썹 / 이정오


 

살며시 속눈썹을 치켜들어요

겨우내 밭둑을 내려다보던 자두나무 눈빛이

허기를 덜어내며 깨어나요

 

기지개를 켜기 전에 엿보는 일은

누가 가르쳐 주었을까요

막 대문을 열고 봄바람을 마중 나오던

아이의 눈썹을 닮았어요

 

홍매화 가지에 걸렸던 겨울바람이 살짝

귓불을 물들이고 가요

 

눈을 뜬다는 건 위태로운 일인가요

멈칫, 좁쌀만큼

치켜올리던 속눈썹을 닫아요

 

자고 나면

눈꺼풀이 가벼워지는 시간이 올까요

풍겨오는 밭 내음에 눈을 비비며

봄의 눈썹은 열릴까요


 

생명이 깨어나려면 눈부터 떠야 하는 법. 그러기 위해 눈썹을 치켜올려야 하겠지요. 눈을 뜨고 감는 가장 단순한 동작이 생명의 핵심을 가릅니다. 그렇게 시인은 봄의 눈썹부터 관찰하고 있어요. 그렇습니다. 봄에 대한 관찰. 그건 시인의 눈과 봄의 눈이 동일성을 이루는 상태이지요. 그렇게 봄은 밖으로 나오기 전 주변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러나 눈을 뜨려다 꽃샘바람으로 들어가 잠시 숨기도 하겠지요. 어느 시인 있어 이렇게 봄을 노래하며 눈썹에 관심을 가졌던가요. 시적인 묘미는 이러한 데에도 있는 법. 감각의 세계를 통해 봄의 순간과 시인의 기다림이 극적인 조화로 펼쳐집니다. 봄의 풍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대지를 박차고 봄이 마구 달려오고 있습니다. 삽시간에 대지를 사랑으로 물들이는 생동감, 움직임은 관능적이기 마련입니다. 눈썹은 얼마나 미적인 감각으로 통하는가요. 홍매화 가지의 귓불을 물들이는 바람은 이제 곧 뜨거워질 것입니다. 곧이어 우리들 귓불에도 와 닿을 겁니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났다 다시 눈을 감는 아이 얼굴입니다. 봄을 읽는 시인의 눈매는 모든 사물과 자연을 생명으로 인식하는 것. 우리도 봄의 눈썹을 향해 찡긋 윙크를 합시다요. 봄은 벌써 이런 저런 꽃망울에 불을 댕겼습니다. ()




게시글이 어떠셨나요?



다른 이모티콘을 한번 더 클릭하시면 수정됩니다.

2,984개의 글

글 번호제목작성자작성일조회
2984서건석26.04.225
2983서건석26.04.218
2982모하비26.04.2019
2981서건석26.04.2010
2980서건석26.04.1916
2979서건석26.04.1817
2978서건석26.04.1730
2977서건석26.04.1623
2976서건석26.04.1519
2975서건석26.04.1418
2974모하비26.04.1341
2973서건석26.04.1319
2972서건석26.04.1218
2971서건석26.04.1126
2970서건석26.04.1020
2969서건석26.04.0922
2968서건석26.04.0827
2967서건석26.04.0725
2966모하비26.04.0634
2965서건석26.04.0621
2964서건석26.04.0528
2963서건석26.04.0427
2962서건석26.04.0323
2961서건석26.04.0225
2960서건석26.04.0131
2959서건석26.03.3130
2958모하비26.03.3045
2957서건석26.03.3022
2956서건석26.03.2927
2955편영범26.03.2850
2954서건석26.03.2828
2953서건석26.03.2729
2952서건석26.03.2645
2951서건석26.03.2537
2950서건석26.03.2436
2949모하비26.03.2346
2948서건석26.03.2324
2947서건석26.03.2234
2946서건석26.03.2120
2945서건석26.03.2033
2944서건석26.03.1929
2943서건석26.03.1823
2942서건석26.03.1736
2941서건석26.03.1633
2940서건석26.03.1525
2939서건석26.03.1431
2938서건석26.03.1339
2937모하비26.03.1257
2936서건석26.03.1229
2935서건석26.03.1128
2934서건석26.03.1034
2933서건석26.03.0934
2932서건석26.03.0828
2931서건석26.03.0728
2930서건석26.03.0635
2929서건석26.03.0531
2928서건석26.03.0427
2927서건석26.03.0341
2926서건석26.03.0227
2925서건석26.03.0134
2924서건석26.03.0132
2923서건석26.02.2839
2922서건석26.02.2832
2921편영범26.02.2845
2920편영범26.02.2859
2919서건석26.02.2560
2918서건석26.02.2444
2917서건석26.02.2330
2916모하비26.02.2254
2915서건석26.02.2234
2914서건석26.02.2130
2913서건석26.02.2032
2912서건석26.02.1931
2911서건석26.02.1833
2910서건석26.02.1746
2909모하비26.02.1649
2908서건석26.02.1651
2907서건석26.02.1531
2906서건석26.02.1447
2905서건석26.02.1335
2904서건석26.02.1243
2903서건석26.02.1153
2902서건석26.02.1045
2901모하비26.02.0968
2900서건석26.02.0966
2899서건석26.02.0835
2898서건석26.02.0747
2897서건석26.02.0637
2896서건석26.02.0543
2895서건석26.02.0436
2894서건석26.02.0345
2893모하비26.02.0272
2892서건석26.02.0246
2891서건석26.02.0145
2890편영범26.01.3170
2889편영범26.01.3177
2888서건석26.01.3133
2887서건석26.01.3042
2886서건석26.01.2942
2885서건석26.01.2850
화살표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