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643) : 작은 짐승 / 신석정
- 서건석
- 2026.04.0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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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643)
♬ 작은 짐승 / 신석정
蘭이와 나는
산에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밤나무
소나무
참나무
느티나무
다문다문 선 사이사이로 바다는 하늘보다 푸르렀다.
蘭이와 나는
작은 짐승처럼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짐승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蘭이와 내가
푸른 바다를 향하고 구름이 자꾸만 놓아가는
붉은 산호와 흰 대리석 층층계를 거닐며
물오리처럼 떠다니는 청자기 빛 섬을 어루만질 때
떨리는 심장같이 자지러지게 흩날리는 느티나무 잎새가
蘭이의 머리칼에 매달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蘭이와 나는
역시 느티나무 아래에 말없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순하디순한 작은 짐승이었다.
◑ ‘나’는 평화와 순수의 세계를 회상하며 그리움에 젖어 들고 있지요. 거짓 꾸밈, 이해득실을 따지는 계산, 분수에 넘치는 욕심 등과는 거리가 먼 천진난만한 ‘나’와 ‘난이’는 ‘순하디순한 작은 짐승’이었다고 회상합니다요. ‘작은 짐승’이란 순수하고 풋풋한 정감을 드러내려고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겠지요. 작품의 모든 문장이 ‘∼었(았)다’라는 과거형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은 작품 속에 그려진 순수 근원의 세계가 이미 지나가 버려 현재는 더 이상 평화와 순수의 세계가 아님을 말해주는 듯하며 지금은 어른이 되어서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작품은 바다와 짐승의 상징을 통해 근원으로의 회귀를 노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데요, 제 생각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펌)
◑ 신석정(辛夕汀) 시인은 일생 동안 자연을 품에 안고 살아온 천성적인 시인이었습니다. 그의 시는 곧 우리의 산이요, 자연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서 그의 시는 어느 시보다도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를 비롯하여 ‘들길에서’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등의 시가 해방 이후 교과서에 수록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그의 서정적인 시들이 그동안 국민 정서의 자양분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시인이 그리워하는 것은 세속의 때가 묻지 않은 어린 시절입니다. 어떤 간섭이나 구속을 받지 않고 자연 속에 동화되어 살고 싶어 합니다. 그리하여 평화와 순수의 세계를 동경하고 있는 것이지요. ‘붉은 산호와 흰 대리석 층층계’는 구름이 변하는 모양을 시각적으로 묘사한 것이고, 그 속을 거닌다는 건 현실 너머에 있는 환상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고 싶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야만 ‘청자기빛 섬을 어루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다를 앞에 두고 난이와 작은 짐승처럼 앉아있는 까닭은 복잡한 삶의 현실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다는 것이고, 그래야 평온한 바다와 일체를 이루려는 구도를 만들어내겠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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