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601) : 동천(冬天) / 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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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601)

 

동천(冬天) / 서정주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우리의 마음속에는 저마다 고이 간직하고픈 사람의 모습이 있지요.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은 정갈하고 깨끗해서 그 누구에게도 훼손당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시의 화자도 겨울밤에 초승달을 바라보며 자신의 마음속에 오랜 세월 간직해 두었던 사람을 떠올립니다. 그 사람은 소중한 존재이기에 겨울 하늘에 뜬 초승달을 님의 고운 눈썹이라고 표현합니다. 매서운 새도 그 아름다움을 침범하지 못하고 피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에 대한 소중하고 정갈한 마음을 짧은 시행에 담아낸 시적 구성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


 

이 시는 전부 5행으로 되어 있으며 각 시행은 7 · 5조를 기반으로 한 3음보의 율격 구조를 가진 것으로 율독(律讀)이 가능합니다. 그만큼 이 시에는 우리 고유의 민요나 시조 같은 전통적 시가 형식과의 상관성이 짙게 나타냅니다. 그것은 곧 이 시의 근저에 동양적 형식미와 정신세계가 잠겨 있으리라는 판단을 내리게 합니다. 이 시에서 중요한 해석의 열쇠 구실을 하는 것은 님의 눈썹과 새의 관계이지요. 겨울 하늘의 투명하고 삽상한 공간에서, 시의 화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님의 눈썹을 천()날 밤의 꿈으로 씻어서 걸어 놓았다고 진술합니다. 그랬더니 추운 겨울밤을 나는 새도 자신의 지극한 정성을 알아보았는지 그 눈썹의 모양과 비슷한 모습으로 피해 가더라는 겁니다. 이러한 진술은 정신과 정신의 마주침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님을 사랑하는 마음의 간절함은 추위도 무서워하지 않는 겨울새에게까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은, 불교의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는 개념을 연상시킵니다. 이 짧은 시 한 편에도 시인의 불교적 사유가 은밀히 담겨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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