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572) :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 순례 11 / 오규원

겨울아침.jpg



나의 애독시(572)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 순례 11 / 오규원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튼튼한 줄기를 얻고

잎은 흔들려서 스스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

 

바람은 오늘도 분다.

수만의 잎은 제각기

몸을 엮는 하루를 가누고

들판의 슬픔 하나 들판의 고독 하나

들판의 고통 하나도

다른 곳에서 바람에 쓸리며

자기를 헤집고 있다.

 

피하지 마라

빈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

 

 

바로 앞의 시(나의 애독시(571))와 어떤 부분에서 느낌이 꽤 공통적이지요? 모두가 흔들리는 것이고 모두가 살아 있는 것입니다. 세상이라는 텅 빈 들판에서 나만 고독하게 흔들리는 것이 아님을 바람 부는 날 느낍니다. 모두가 몸부림치며 아프게 살고 있음을 바람이 깨우쳐줍니다. 모든 사물은 본질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며 흔들리기에 변화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나 바람의 들판을 건너본 사람은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살아 있는 몸인 것을 증명한다라는 것을 몸으로 배우게 되지요. 내가 찾고 싶은 나는 외딴 곳에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늘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있지요. 나와 많은 다른 사람과 함께 존재하면서 흔들림을 겪지 않고서는 아무에게도 다가가지 못하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구요.

 

이 시는 들판에 서 있는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음을 보며, 인생 또한 외부 시련을 수용하고 극복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시인의 인식이 드러난 시입니다. 시인은 구체적 언어에 주목하여 대상의 동적 이미지(흔들리면서)와 몸의 이미지(튼튼한 줄기, 살아 있는 몸)를 포착하여 관념에서 탈피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삶에서 주어지는 슬픔, 고독, 고통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고통을 부정하거나 회피할 것이 아니라 직접 대면하고 수용함을 통해 빈 들에 가서 더욱 성숙한 삶,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음을 시인은 말하고 있습니다. 화자는 나무를 바라보면서 바람 부는 들판에서 흔들림 가운데 생명력을 얻으며 잎을 엮어 스스로를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잎들은 바람에 이리저리 쏠리면서 자신의 슬픔과 고독, 그리고 고통을 느끼며 진정한 자신을 찾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흔들리는 나무와 잎을 보면서 화자 자신도 흔들리는 삶 속에서 진정한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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