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564) :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영랑


강물3.jpg



나의 애독시(564)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영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돋쳐 : '돋아'보다는 강한 심상을 가진 말. 기본형은 '돋치다' 솟아오르는 아침 햇빛을 더욱 생기있게 느끼게 한다.

* 날 빛 : 햇빛, 햇빛을 받아서 나는 온 세상의 빛

* 빤질한 : 반질한

* (): 달빛에 비친 물결. 이 시에서는 아침 날 빛에 비친 물결을 뜻한다. 은파(銀波)와 같은 뜻

* 도도네 : '돋우네'의 부드러운 표현, 의도적인 양성모음의 사용으로 인해 한결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 가슴과 눈과 핏줄, 어디에든 섬세하고 아름다운 정서가 숨어서 꿈틀거리고 있다는 표현이다.

* 도른도른 : 나직하고 정답게 속삭이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무엇인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작은 진동의 느낌을 주는 의태어.


 

이 시는 출렁이며 흘러가는 강물의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내면에 일렁이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그리고 있군요. 여기에 등장하는 강물은 어떤 장소에 실재하는 강물이 아니라 시인의 마음 속 어딘가에 있는 강물일 겁니다. 끝없는 강물은 객관적 실체가 아니라,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흐르고 있고 가슴엔 듯 눈엔 듯 핏줄엔 듯숨어 있는 강물입니다. 숨어 있다는 건 마음이 현실 세계로 펼쳐져 나아가지 못하고 내면의 세계로 물러나 있음을 말합니다. 현실에서보다는 자신의 속마음의 세계로 끌어들여 강물이 흐르고 있고, 그 강물은 자기만의 평화와 아름다움의 이미지를 그려주고 있는 거라고 보면 틀린 생각은 아닐 겁니다요. 누구나 이런 강물 한 줄기를 마음속에 지니고 있지 않습니까?


김영랑의 시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시문학 창간호, 19303)는 내면 세계의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을 그린 순수 서정시입니다. 시는 화자의 마음속에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을 이미지로 사용합니다. 이 강물은 화자의 순수한 서정적 상태를 상징하는데, 아침 햇살처럼 밝고 은빛처럼 반짝이며, 가슴, , 핏줄에 스며듭니다. 시의 언어는 남도 사투리가 부드럽게 순화되어 있으며, 생기가 감도는 가락은 짙은 향토색과 감미로운 서정성을 느끼게 합니다. 또한, 반복과 상징을 사용하여 음악적 리듬을 부여하고, 내적 충동과 외적 절제를 대비시켜 깊이를 더합니다. 이 시에서 화자가 추구하는 것은 마음속의 평화와 아름다움입니다. 현실 세계의 갈등과 압제로부터 벗어나 안식과 평정을 찾는 것입니다. 이러한 안식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내면속에서만 가능하며, 화자는 자기 내면에 침잠하여 끝없이 흐르는 강물과 같은 아름다움을 만끽합니다.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는 한국 현대시에서 순수 서정시의 새로운 영역을 열었습니다. 내면세계의 섬세한 움직임과 감정을 포착한 이 시는 영랑의 정신세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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