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557) : 작은 연가 / 박정만

꽃초롱.jpg




나의 애독시(557)

 

작은 연가 / 박정만

 

사랑이여, 보아라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

꽃초롱 하나가 천리 밖까지

너와 나의 사랑을 모두 밝히고

해질녘엔 저무는 강가에 와 닿는다.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유수와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눈 밝히고 가다가다 밤이 와

우리가 마지막 어둠이 되면

바람도 풀도 땅에 눕고

사랑아, 그러면 저 초롱은 누가 끄리.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우리가 하나의 어둠이 되어

또는 물 위에 뜬 별이 되어

꽃초롱 앞세우고 가야 한다면

꽃초롱 하나로 천리 밖까지

눈 밝히고 눈 밝히고 가야 한다면.

 

 

연가(戀歌)는 임이 나와 같이 있지 않을 때, 즉 임이 내 곁을 떠났을 때 더욱 절실히 표현되는 법이지요. 임과 같이 있을 때는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랑의 마음인가 봅니다. 임과의 사랑에 눈멀어 있는 시간에는 그 소중함과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하다가 임이 떠난 후에야 비로소 그 존재를 새삼 인식하고, 그 소중함을 애절하게 노래할 수 있는 거죠. 이 시는 설명할 수 없는 간절한 사랑의 마음을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꽃초롱과 별이라는 구체적인 대상을 통해 표현하고 있네요. 그러나 더 이상 구체적인 설명을 할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사랑은 느끼는 것이고, 더구나 이런 연가는 느끼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고 합디다.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의 마음은 느낌을 통하여 온전히 감지할 수밖에 없는겨.

 

꽃초롱은 초롱꽃을 닮았습니다. 종 모양의 등불입니다. 등불은 밝힘의 이미지와 에너지를 갖고 있습니다. 온몸으로 어둠을 밝혀내는 것이 등불의 사명이자 숙명입니다. 등불은 사랑을 밝히고 어둠을 밝혀 현실을 극복하는 선지자적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현실 너머에 있는 밝은 세상을 찾으려는 것입니다. 시인은 밝음과 어둠의 세상을 대비시켜 놓고 사랑의 빛으로 모두를 밝히고자 합니다. 사랑은 등불이 되고 등불은 세상의 빛이 되어 긍정의 세계를 지향합니다. 또한 사랑과 등불은 고되고 절망적인 삶을 헤쳐 나가는 원동력입니다. 게다가 사랑은 허무를 극복하는 처방전이기도 합니다. ‘사랑이여, 보아라 / 꽃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라고 외치면 작은 꽃초롱이 번져 무리를 이루고, 드디어는 밝은 세상을 향하는 등불이 됩니다. 작은 촛불들이 모여 민주혁명을 이루듯 꽃초롱을 모아놓으면 추구하는 세계를 이룰 수 있습니다. 작고 왜소한 몸을 태워 건강한 세계를 이루어 가는 힘은 곧 빛입니다. 불빛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혁명이자 희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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