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524)

♬ 새 노래 / 이시영

저 산은 내게 그만 내려오라 하네

저 강은 이제 그만 건너오라 하네

서울살이 이십년, 수수밭 긴 강언덕도 잊고

이 골목 저 골목을 종살이로 비틀거려온 날더러

산천은 품을 열어 낯선 얼굴 묻고 같이 살자 하네

더운 흙가슴에 보습 대고 새로 시작하자 하네

하루종일 논다랑에 엎드려 더듬어 붕어를 잡고

해 지면 꼴망태 메고 성큼 다가서는 큰 산과 마주하는

가슴 큰 소년이 되자 하네 어른이 되자 하네

◑ 마치 저 산, 저 강이 손짓이나 하는 듯, 아니 그런 강이나 산이 그 옛날 내게도 있었던 듯 마음속에 그려지고, ‘수수밭 긴 강언덕’이 길게 내 마음에 펼쳐집니다. ‘하루종일 논다랑에 엎드려 더듬어 붕어를 잡고 / 해 지면 꼴망태 메고 성큼 다가서는 큰 산과 마주하는’ 그런 풍경이 아득한 전설처럼 눈앞에 그려집니다. 인간성을 파괴하며 존재하게 했던 서울살이, 그래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친 인간의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감동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삶, 거듭나는 삶이 되도록 강하게 부추기는 힘을 느낍니다. 손상된 인간의 자연적 모습을 회복시켜 주는 치유력을 품고 있는 시라고 한다면 알맞은 말이 될는지 모르겠네요.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