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 행복하세요

♣ 많은 분들이 다른 사람에게 덕담으로 말할 때 ‘행복하세요.’라든가 ‘건강하십시오.’라는 표현을 자주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어법에 맞는 표현이 아닙니다.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보니까 이것은 맞는 표현인지 틀린 표현인지조차 생각해 보지 않은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그렇다면 ‘행복하세요.’나 ‘건강하십시오.’가 왜 어법에 맞지 않는 것일까요?

우리말에서 일반적으로 명령형으로 쓸 수 있는 말은 동사이거나, 명사 뒤에 ‘-하다’를 붙여서 동사형으로 쓰는 것들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행복하세요.’나 ‘건강하십시오.’는 ‘행복’과 ‘건강’에 ‘-하다’가 붙어서 형용사가 되는 단어들입니다. 우리말에서는 형용사는 ‘-하다’가 붙어서 형용사로 쓰이는 단어들은 명령형으로 쓸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예쁘다.’나 ‘친절하다.’를 ‘예쁘십시오.’라든가 ‘친절하세요.’처럼 명령형으로 쓸 수 없다는 것이죠. ‘행복하세요.’나 ‘건강하십시오.’ 같은 표현을 어법에 맞게 쓴다면 ‘행복하게 지내세요.’, ‘건강하게 지내십시오.’ 정도가 될 것입니다. 덕담을 할 때도 어법에 맞는 정확한 표현으로 하시는 것이 더 좋을 듯합니다.

※ 윗글의 어법 규정 표현대로 본다면 위쪽에 주어진 ‘행복 십계명’ 중 어법에 맞게 제대로 쓰인 것은 절반이 되지 않는군요. 그런데도 우리는 그걸 보고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요. 정해진 어법 규정과 실제 사용하는 표현과의 괴리(乖離) 내지는 불일치 현상이에요. 정해진 어법이 실제 사용하는 표현을 어법대로 쓰도록 유도할 수는 있으나 이런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억제하거나 강요할 수 있는 구속력은 갖지 못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위의 ‘행복 십계명’ 중 ‘건강하다’, ‘친절하다’, ‘용감하다’, ‘진실하다’, ‘겸손하다’는 형용사이고, 나머지 ‘사랑하다’, ‘효도하다’, ‘노력하다’, ‘웃다’는 동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