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오늘의 수필(629) : 부지깽이 / 김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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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수필(629) : 부지깽이 / 김종태

 


부지깽이는 아궁이에서 쓰는 막대기이다. 부지깽이는 땔감을 적당히 아궁이에 밀어 넣기도 하고 불을 헤적이고 돋우어 고루 타게 하는 두 자 남짓한 막대기이다.


땔감이라야 부잣집에서는 장작을 썼지만 보통은
, , 마들가리, 솔가리, 낙엽, 삭정이, 왕겨 따위를 썼고 이들은 빨리 타기 때문에 부지깽이를 자주 써야 했다. 부지깽이는 어른 엄지손 굵기의 곧은 나뭇가지로 만들었고 불을 쑤석이기 때문에 끝이 타 들어가 얼마 쓰다간 태워버리는 소모품이었다.


부지깽이로 불을 쑤시다보면 부지깽이에 불이 붙었다. 그러면 흙바닥에 비비거나 재 속에 묻어 껐다. 부지깽이는 또 연필 대용도 되었다. 학교 또 야학에서 배운 한글을 가에 기역 하면 각이렇게 중얼거리며 부엌바닥에 부지깽이로 글씨를 써가면서 우리의 어머니들은 한글을 깨우치셨다. 담배를 피울 때 부지깽이로 불을 붙였다. 이 부지깽이를 생각하면 어릴 때 자라면서 어머니에게 매 맞던 생각이 난다.


속담에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주고 고운 자식 매 한 대 더 주라.’는 말이 있다. 고운 자식일수록 엄하게 키워야 좋은 사람을 만들 수 있다는 육아교훈이다. 먹골배의 본고장 먹골이 교향인 우리 집에는 배나무 우죽이 큰 땔감이었다. 배나무는 한겨울이면 웃자란 햇가지를 가지치기를 하는데 이때 생긴 두세 자 남짓의 배나무가지를 배나무우죽이라 하여 한 아름씩 묶어 뒤란에 산처럼 쌓아 두고두고 땔감으로 썼다.


배나무우죽 부지깽이는 아주 요긴한 어머니의 회초리였다. 오남매가 자라면서 무척이나 티격태격 싸웠다. 특별한 싸움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크느라고 그런 것 같았다. 처음엔 말로 야단을 치셨는데 그 야단을 들을 리 없었기에 참다 참다 어머니는 부엌으로 내리달아 부지깽이를 들고 때리셨다. 또 한 형제가 무슨 잘못을 저지르면 나머지 네 형제는 도매금으로 덩달아서 야단과 함께 부지깽이 매를 맞았다.


배나무는 바짝 마르면 뚝뚝 부러지지만 몇 달까지는 워낙 수분이 많고 질겨, 맞은 자리가 툭툭 불거지고 처음엔 살을 에는 듯 아프고 다음엔 아리다가 며칠 뒤엔 가려웠다. 물론 울타리의 개나리 가지도 좋은 간식 회초리였다. 어머니는 회초리를 들면서 형제들의 잘잘못을 꼬집어 알려주셨는데 기억력도 좋게 옛날옛적 고래적 잘못부터 주욱 끄집어내어 우리 형제들은 매를 맞으면서도 그 기억력에 주눅이 들었다.


회초리를 다 드시고 난 후 꼭 앉혀 놓고 잘 하면 앞으로 우리들 인생이 어떻게 되고 잘못하면 어떻게 된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훈계를 주셨다. 중학교 3학년 때쯤 되니까 그제서야 회초리를 안 드셨다. 물론 꾸중은 하셨는데 이젠 다 컸으니 회초리는 소용이 없다고 하셨다. 이제 쭈구렁 밤송이처럼 늙으셔서 근력도 쇠잔해지고 기억력도 가물가물하신 어머니를 보면 회초리 맞던 그 시절이 되레 그립고 그 매 한 번 맞아보고 싶다.


해방 후 우리의 교육에 미국식 교육이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자유와 평등을 밑받침으로 하는 서구 민주주의 사상이 퍼져 나갔다. 물론 미국식 교육의 훌륭한 점은 많다. 그러나 교육은 겨레의 근본이요, 빛이다. 그 민족마다 그 민족에게 맞는 교육법이 있게 마련이다. 옛날의 교육방침인 충효와 인의예지신의 옛 전통은 구식이라고 과감히 팽개치고 잘못된 식민사관과 패배주의를 강제로 주입당하다가 이제는 고삐 풀린 망아지 꼴이 되었다.


모든 교육이 입시를 향해 줄달음치고 교육제도는 백년지대계는커녕 해마다 바뀌고 있다. 인성교육은 꿈도 못 꾸고 고등학교는 대입전문학원이 되었다. 어머니들은 모두 자식들이 서울대학교에 가기를 바라고 그도 안 되면 서울에 있는 대학에라도 갔으면 한다. 그도 어머니를 탓할 수 없는 것이 역대 정치인들의 약력을 보면 십중팔구는 서울대 법대이다. 대학을 나왔느냐, 안 나왔느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진다. 자식 교육비라면 파출부를 해서라도 댄다.


3 학생은 왕이다. 아니 황제폐하이다. 이젠 선생님들도 매를 들 수가 없게 되었다. 학교체벌로 몇 년 간 찬반양론을 펴더니 갑자기 매를 들지 말란다. 더군다나 학생들에게 존댓말을 쓰란다. 어떤 선생은 펄쩍 뛴다. 개새끼 소새끼 하며 말로 겁을 주기도 하는데, 그래도 머리가 커지면 씨도 안 먹는데 존댓말을 해서 통솔이 되겠느냐이다. 매와 반말을 잃어버린 선생들과 철모르고 저만 혼자 잘났다고 기고만장하는 학생들.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조급하게 실시하기 전에 몇몇 학교에서 시범운영이라도 해볼 걸.


아무튼 그렇게 자라서 무엇이 되겠는가. 옛날의 교육은 어렸을 때에는 아주 엄격하여 숨을 쉴 틈도 주지 않고 철저하게 사회의 규범을 몸에 배게끔 하였다. 차차 커가면서 풀어주어 나중에는 자신 스스로가 자신이 주인에 되게 했다. 그러나 지금은 거꾸로이다. 우리 어머니들은 잘못되는 자식에게 회초리는커녕 자식 시집살이를 하는 형편이다.


황제처럼 마마보이로, 또 제 하고 싶은 대로 다 청을 들어주다가 사회라는 커다란 틀 속에 들어오면 온갖 규제가 심하다. 머리가 커서 그 규제가 몸에 밸 리가 없고 살아가기 힘들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지금은 괜찮을지 몰라도 이삼십 년 뒤 그들이 사회의 역군이 되었을 때 이 세상은 어디로 갈까. 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회초리는 무엇인가? 부지깽이는 아니더라도. <옛 것에 대한 그리움(김종태), 휘닉스(2010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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