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8] 전담하다

전세로 살고 있던 집에서 계약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집주인의 사정으로 집을 비워 줘야 하는 일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언젠가 주위에 이런 경우에 처한 분이 계셨었는데, 집주인이 미안한 마음의 표시로 이사 비용을 모두 대 주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럴 때 ‘이사 비용을 집주인 전담한다.’라고 말합니다. ‘전담(全擔)’이라는 것은 어떤 일이나 비용의 전부를 도맡아 하거나 부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설명에서도 나온 것처럼 ‘전담’이라는 말은 돈과 관련된 문제뿐만 아니라 일에 대해서도 쓰곤 합니다. 예를 들어서, ‘이번 행사는 우리 부서에서 전담하기로 했다.’라고 말할 수 있겠고, 또 실제로 ‘전담 부서, 전담 직원’ 같은 표현들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회사에서는 대여 업무만을 전담한다.’라고 하는 것처럼 ‘전담하다’ 앞에 ‘OO만을’이라는 말을 쓰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전담’이라는 말에는 ‘그것만’ 또는 ‘혼자서’라는 의미가 들어 있는데도 앞에 ‘만’이라는 표현을 넣는 것은 그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때는 의미의 중복은 피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만’이라는 말을 꼭 쓰고 싶다면, 뒤에 ‘전담하다’를 쓰지 않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 회사에서는 대여 업무만을 담당하고 있다.’ 또는 ‘대여 업무만을 맡아하고 있다.’와 같이 바꿔 말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