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1146) : 교통사고 / 이하석

  • 서건석
  • 2020-06-19 05:37:14
  • 조회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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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png


교통사고 / 이하석

 

차가, 달려온다. 그의 몸은, 멈칫,

솟구치고, 순간, 모든 시선을 팽개치며,

내동댕이쳐진다. 그의 팔은 꺾이고,

찢어진 채, 나부끼는 옷 조각들, 화학섬유 가벼이

무늬를 흩이며 난다. 급한 브레이크로

뜨겁게 정지한 채 멍해진 바퀴 밑,

몇 개의 돌들은 튀어 오르며, 긴장된

그의 가슴을 쥐어박는다. 젠장, , 세 조졌군, 하고

운전사가 투덜거릴 때, 그의 구두는 황급히

하수구로 뛰어들고, 그의 반짝이는

단추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급히

차들을 세운다. 그의 주민등록증은 무표정한

얼굴 하나를 경찰관의 발 앞에, 내동댕이

친다. 경찰관은 갑자기 분노해서, 그를 노려보면서,

차를 걷어찬다. 부서진 유리창 속에 경찰관의

얼굴이 어둡게 비친다. 사람들은, 웅성대며,

그의 얼굴을 보기를 원하지만, 그의 얼굴은

이미 유리창을 떠나 부서졌고,

경찰관은 호각을 불어, 그의 죽음을,

확인한다. 그의 피는 부서진 차의 기름과

녹물에 엉기면서, 고즈넉히, 또는 급히,

땅 속으로 스며든다, 경찰관도 그도

아무도 모르게.

 

그가 실려서 어디론가 떠난 후,

도로 인부는 그의 피부터 흙으로 덮는다.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져 차도 떠나고,

사람들도 흩어진 후, 비로소 인부는 담배를 피워 물며,

지나가는 차들을 향해 손을 흔든다. 길에서

주운 몇 개의 단추는 먼지와 흙을 닦은 후

얼른 주머니에 챙긴다. 하수구에서 주운

두 쪽의 구두를 인부는 제 신과 바꿔

신는다. 푸른 유리조각이 인부의 빗자루에 쓸려

길가 풀덤불 속에 버려질 때, 아무도 보지 못하게

핏물이 유리에 묻어 급히 흙 속으로

숨는다. 향기로운 풀잎 그윽한 오월의 정오를

인부는 나른히 그 곳을 곧 떠나간다.

 


이 시는 교통사고가 일어난 직후 그 참상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지요. 우리는 날마다 많은 사람들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상처를 입는 걸 봅니다. 순간적인 운전의 실수로 조금 전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저 세상 사람이 되거나 상처의 고통을 받게 됩니다. 이 순간에 목격자가 있다면 그 끔찍스러움을 느끼며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겠지요. 그런데 죽은 이의 옷에서 떨어진 단추를 인부가 챙길 건 무엇이며, 이 와중에 인부는 제 낡은 신발과 죽은 이의 신발과 바꿔 신을 건 또 무엇인지 모르겠네요. 물질문명의 상징인 자동차는 그 숫자가 늘어가고 사고도 그에 비례하여 늘어나는 법. 그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자동차로 인한 사고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끔찍한 사고에 장차 어떻게 대처해야 하지요. 무대책일 수밖에 없나요, 보험을 드는 길 외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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