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에게 / 문정희

아들아

너와 나 사이에는

신이 한 분 살고 계시나보다

왜 나는 너를 부를 때마다

이토록 간절해지는 것이며

네 뒷모습에 대고

언제나 기도를 하는 것일까?

네가 어렸을 때

우리 사이에 다만

아주 조그맣고 어리신 신이 계셔서

사랑 한 알에도

우주가 녹아들곤 했는데

이제 쳐다보기만 해도

훌쩍 큰 키의 젊은 사랑아

너와 나 사이에는

무슨 신이 한 분 살고 계셔서

이렇게 긴 강물이 끝도 없이 흐를까?

◑ 세월이 지나도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 하나가 있다면 그건 어머니의 사랑일 겁니다. 특히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는 서로의 목숨을 내걸 만큼 강한 사랑의 전류가 흐른다지요. 물론 그 자장의 크기는 언제나 어머니 쪽이 훨씬 강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자식들 뒷바라지에 세월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알지 못하며 그건 온갖 시름과 풍파의 세월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그 둘은 신이 맺어준 운명적인 관계가 틀림없어요. 신이 일일이 강림하여 구원의 손길을 뻗칠 수 없으니까 그 대신 어머니를 보냈다는 말도 있긴 합디다만. 자식이 어엿한 성인이 되어도 그 구원의 간절한 기도는 멈추지 않지요. 어머니의 눈에는 훌쩍 키만 자랐을 뿐 아직 어린아이며, 여전히 그 사이엔 신이 주재하고 계시나 봅니다. 전류의 세기는 변치 않으며 사랑의 강물은 끝없이 흐른다니까요. 그 강물은 한 방향으로만 너무 세게 흐르기에 어떤 때는 보기에 안쓰럽기도 합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