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 신달자

네 그림자를 밟는

거리쯤에서

오래 너를 바라보고 싶다

팔을 들어

네 속닢께 손이 닿는

그 거리쯤에

오래 오래 서 있으면

거리도 없이

너는 내 마음에 와 닿아

아직 터지지 않는 꽃망울 하나

무량하게 피어 올라

나는 네 앞에서

발이 붙었다.

◑ 봄은 꽃으로 시작되지요. 시방 온 천지에 봄꽃이 만발해 있지요. 산수유와 개나리는 시작을 알리는 꽃이고, 벚꽃은 폭죽처럼 잠깐 왔다 가는 꽃입니다. 다음 타자인 진달래와 철쭉은 4월을 거쳐 5월까지 피고, 붉은 꽃들은 봄의 끝자락까지 함께할 겁니다. 길을 가다 보면 휴대폰으로 꽃 사진 찍는 사람도 흔하게 볼 수 있구요. 꽃, 봄, 사랑. 이런 세 가지의 조합이 신달자 시인의 시 <꽃>에 가득합니다. 시인은 너를 바라보고 있지요. 너무 가깝지 않게, 그러나 멀지도 않은 거리에서 바라다만 봅니다. 오래오래 바라보는 것은 오래오래 마음을 키운다는 말인데, 알다시피 사랑은 눈으로 시작해 마음으로 옮겨가지요. 그 사랑이 만발하게 피어오르면 시인은 그걸 ‘꽃’이라고 표현합니다. 이쯤 되면 네가 꽃인지, 꽃이 너인지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가 될 수 있어요. 길거리에 꽃이 만발하니 마음도 덩달아 화사해지네요. 이것이야말로 햇살과 봄의 축복이니 마음껏 즐기자구요. 꽃을 보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바로 당신의 꽃이고 사랑입니다. 봄이 다 가기 전에 눈에 담고 마음에 담아 무량하게 피울 일입니다요.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