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강에서 / 정호승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 강 강 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 시인은 겨울 강가에서 갈대를 바라보며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겠다고 다짐하지요. 갈대는 화자의 분신(分身)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것은 시련이나 역경이 닥쳐와도 자신의 참됨을 꿋꿋이 지키겠다는 뜻이겠지요. 눈보라 쳐도, 자신과 함께 할 수 있는 새가 날아가 돌아오지 않는 고독한 상황이 되어도, 강물도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고 청산이 소리치면 그에 화답하겠다는 것입니다. 자연 속에서 자신의 삶을 다짐하는 시인의 삶에 대한 진지성을 엿볼 수 있으며, ‘-되리, -어도, -되리, -않고, -되어, -되리’로 반복과 변형을 통해 시적 긴장감을 강화시켜 나가며 주제를 부각시키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