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 초라한 둥지, 최고의 보금자리

◈ 새들은 스스로 둥지를 틀어 보금자리를 마련하지요. 남의 둥지를 절대로 찾아가지 않는데요, 그것은 자기 둥지가 가장 편하고 마음에 들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이지요. 남의 집이 아무리 좋아도 자기 집에 있을 때가 가장 마음이 편안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집에 들어서며, 그래도 우리 집이 최고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예요. 자기 집이 편안한 것은 사실인데, 그렇다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 것 같더군요. 집 평수와 어떤 가구를 갖추고 있느냐로 자랑거리를 삼으니까요. 이것을 좀 넓혀서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우리나라에 사는 것이 가장 편안하지만 외국이 좋아 보이는 거요. 그래서 외국을 한번 다녀오면,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다는 둥, 나쁜 점만을 들추어내며 그 나라의 좋은 점을 늘어놓습니다. 자기가 한국인이라는 것에 자긍심을 갖지 못하는 거예요. 자기가 속해 있는 가정, 학교, 직장, 동네, 나라, 이런 것에 대해 자랑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초라해지지 않으려면 초라한 자기 둥지를 최고의 보금자리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