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오늘의 수필(633) : 알프스 교향곡 / 전윤권
- 서건석
- 2020.08.10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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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수필(633) : 알프스 교향곡 / 전윤권
○ 여름이 오면 즐겨 듣는 음악이 있다.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도 좋고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도 좋다. 하지만 가장 즐겨 듣는 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8-1949)의 알프스 교향곡(Eine Alpensinfonie, Op. 64)이다. 무더운 날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무더위도 이길 수 있다. 이 교향곡에서 뿜어져 나오는 장면 장면의 소리는 언제 들어도 상큼한 청량감을 안겨준다. 알프스 산을 내가 오르고 있는 느낌이다. 알프스의 웅장함이 내 가슴을 파고든다.
작곡가 슈트라우스는 1868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뮌헨의 궁정 오페라 호른 주자요 왕립음악학교 교수였다. 그러기에 어려서부터 음악을 배워 재능을 인정받았던 작곡가다. 그가 한창 음악활동을 할 때는 현대음악이 생동했을 때다. 인상파음악, 신 국민악파음악, 원시음악, 무조성 음악 등이 난무하였지만 그는 오로지 후기낭만파음악 정신에 입각하여 작품을 쓴 작곡가다. 그의 작품 속에는 비단결 같은 화성이 흐른다. 도도한 그의 음악은 낭만파음악의 최후 결정판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알프스 교향곡은 슈트라우스가 쓴 관현악을 위한 마지막 대곡이다. 이 곡은 알프스 등산의 여러 가지 장면을 영화의 파노라마처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아무런 노력 없이도 누군가 들으면 이해할 수 있는 곡이다. 슈트라우스를 일컬어 자연 묘사의 대가라 했다. 여기서 그는 비길 데 없는 묘사력을 맘껏 발휘한다. 이 곡은 가장 묘사적인 표제음악이다. 어떤 이는 이를 가리켜 ‘영화음악’이라 했다. 슈타이니쳐(Max Steinitzer)가 말하듯 방랑하는 나그네의 감정이다. 이 방랑하는 나그네의 감정과 영원에의 동경이 다채로운 묘사를 통하여 우리들에게 세차게 다가온다.
곡의 구성을 대체로 살펴보면 이렇다. 먼저 머리(序) 부분으로 밤이 나온다. 새벽녘의 조용한 밤이다. 그리고는 장엄한 해돋이 장면이 나온다. 가슴이 벅차오는 순간이다. 그 다음부터는 등산과 숲속에 입장하는 장면, 시냇가의 아름다움, 폭포, 현상, 꽃이 만발한 초원위에서 등이 펼쳐진다. 알프스 산의 목장에서는 소들의 워낭소리가 들린다.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장면과 빙하와 위태한 순간이 그려지고 산꼭대기에서 느끼는 감회어린 느낌이 음악으로 나타난다. 특히 폭풍전의 고요함과 뇌우와 폭풍은 그 현장에 있는 느낌이다. 일몰과 함께 찾아 온 밤의 풍경은 사실적이리만큼 아름답게 그려진다.
22곡의 작은 곡들로 구성된 이 교향곡은 묘사를 통하여 웅장하게 다가온다. 새벽에서 시작하여 밤까지 하루 종일의 알프스를 감상할 수 있다. 곡은 교향곡이지만 교향시처럼 단일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원에서 펼쳐지는 목동들의 피리소리도 경이롭다. 특히 뇌우와 폭풍 장면은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 4악장과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3악장이 비교된다. 베토벤의 작품에서는 눈앞에 펼쳐지는 뇌우와 폭풍 장면이라 말할 수 있다. 베를리오즈는 쓸쓸한 들판에 서서 멀리서 울려오는 뇌우의 장면을 듣는 것으로 연상할 수 있다. 그러나 알프스에서의 뇌우와 폭풍은 알프스 산에서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라 할 수 있다. 내가 인터라켄에서 밤에 들었던 알프스 산의 뇌우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같은 천둥소리라 할지라도 높은 산이 반향되어 울리는 소리는 웅장하기 그지없었다.
대구시향이 만약 이 곡을 연주한다면 무조건 달려가 듣고 싶다. 현장에서 듣는 것과 CD로 듣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 테다. 그러나 이 음악의 구조적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CD로 먼저 듣는 것도 좋다. 왜냐하면 CD는 음악의 각 분절마다 지시해 주니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내가 가본 산은 국내외 적으로 여러 곳이 있다. 그 중에 가장 압권인 것은 알프스였다. 캐나다의 록키나 알라스카의 산들도 좋았지만 알프스가 주는 묘미는 잊을 수가 없다. 스위스의 융프라우 요흐를 갔을 때의 감회란 아주 크게 다가왔다. 산악열차를 타고 오르던 일이며 만년설이 뒤덮인 정상은 지금도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눈앞에 오버랩되어 나타난다. 한 번 더 가볼 수 있다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가 보고 싶다.[R. Strauss: Eine Alpensinfo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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