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행시와 4행시

☺ 바나나

바람결에 흩날리는 마음 다 잡을 수 없어서

나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구나.

나지막이 불러본다. 나는 누구인가?

☺ 시금치

시절이 수상하고 마음도 울적하구나.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비구름,

치열하게 살아온 지난 시절이 먼 옛날 같구나.

☺ 음담패설

음탕하기 짝이 없고

담벼락이나 공중 화장실에 많이 기록되어 있고

패륜적인 얘기가 주를 이루며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노골적이다.

※ 네 정체를 밝혀라

- 햇빛도 안 본 것이 시커멓고,

- 고무줄도 아닌 것이 늘었다 줄었다 하고,

- 두더지도 아닌 것이 구멍도 잘 파고,

- 군인도 아닌 것이 철모를 쓰고,

- 대나무도 아닌 것이 마디가 있고,

- 버섯도 아닌 것이 버섯 행세를 하고,

- 젖소도 아닌 것이 우유를 내고,

- 눈도 없는 것이 쌍꺼풀 수술을 했고,

- 정원사도 아닌 것이 잔디에 물도 잘 주고,

- 한의사도 아닌 것이 가죽침도 잘 놓고,

- 체하지도 않은 것이 들어가면 막 토하고,

- 자존심이 얼마나 강한지 죽어도 다시 서고,

- 의사도 아닌 것이 주사도 잘 놓고,

- 방아도 아닌 것이 떡방아도 잘 찧고,

- 보이 스카우트도 아닌 것이 아침이면 텐트도 잘 치고,

- 예수도 아닌 것이 죽었다가 살았다 하고,

- 번데기도 아닌 것이 주름을 잡고,

- 지휘자도 아닌 것이 흔들어 놓고,

- 예쁘다고 쓰다듬으면 막 성내는 “너는 누구냐?” 너의 정체를 밝혀라!!

세상의 모든 음악 4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