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 또 하나의 공해

▷ 나이 먹어 직장생활을 놓으면 사람들은 대개 할 일이 없어지지요. 그래서 어디서나 괜히 어슬렁거리고 빈둥대지요. 그런 사람의 얼굴에는 할 일이 없어 심심하고 지루하다는 표시가 역력히 드러나 있어요. 지루함을 없애주는 어떤 일거리라도 있으면 거기에 몰두하련만 그게 쉽지 않거든요. 그나마 취미생활을 살린 사람은 다행이지요. 그래서 가장 손쉬운 건 배낭 둘러매고 산행에 나서는 일이지요. 허나 몸 상태가 뒤따라 주지 않는 사람에겐 그마저도 힘들지요. 그러니까 저 같은 사람에게 즐거운 일과 중 하나는 컴퓨터로 여러 자료를 찾아서 읽고 보고 듣고, 또 맘에 드는 자료는 퍼오는 거예요. 재미도 있거니와 유익하다고 여겨져 그렇게 하며 지내는 거지요.

어떤 사람들은 컴퓨터를 켜고 다루는 일이 성가시다고 대신 휴대폰을 손에 달고 삽니다요. 하루에도 새로운 소식이라고 여러 통에 달하는 문자를 지인(知人)들에게 신나게 보내지요. 상대방이 읽든 말든 보내지요. 그 어떤 내용을 보면 낭설(浪說)에 가까운, 또는 추측성이 강한 내용의 글들도 있어요. 안 봐도 살아가는데 전혀 지장이 생기지 않는 내용들이에요. 그런 걸 하루에 한 두 통이면 몰라도 주야간 가리지 않고 십여 통씩 보내는 사람도 있어요. 한 통으로는 도통 직성이 풀리지 않나 봐요. 아마 자기 자신이 최신 정보의 선두주자라고 자부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것인지, 할 일이 없으니까 그저 그러는 건지 당최 알 수가 없어요. 보내는 사람은 신바람 날지 모르지만 받는 사람은 고역일 때가 더 많아요. 사람의 마음을 쓸데없이 어지럽히고 어수선하게 만드는 것도 또 하나의 공해가 될 수 있으니까요. 무의식적으로 혹은 장난삼아 남에게 계속해서 정신적인 혼란을 주는 것도 몰염치한 짓이에요.